
“지정학적 위기 오면 재생에너지가 경제적 완충재 된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중동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한다는 주장” 문헌조사로 검증 …‘대체로 사실’
(2026년 4월 3일) “화석에너지에 의존하면 미래가 매우 위험”하므로 “재생에너지로 신속 전환해야 한다”는 이재명 대통령 경고는 사실일까?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RE:FACT)는 최근 격화된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재생에너지 전환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리팩트 리포트’를 발행했다.
국내외 관련 데이터와 보고서, 학술논문을 분석한 결과, 리팩트는 “중동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 가속한다”는 주장이 ‘대체로 사실’이라고 밝혔다.
리포트에 따르면 재생에너지는 지정학적 위기 상황에서 ‘경제적 완충재’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유럽연합(EU)이 2021~2023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국제 에너지가격이 급등했을 당시 신규 태양광·풍력 설비 덕분에 약 1000억 유로를 절약했으며 재생에너지 확대가 없었다면 유럽의 평균 전력 도매가격은 8% 더 높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EU가 재생에너지 전환속도를 더 높인 결과, 2025년 역사상 처음으로 EU의 태양광·풍력 발전 등 재생에너지 비중(30%)은 화석연료 합계 비중(29%)을 앞질렀다.
유진투자증권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유럽의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2만3042메가와트(MW)였으나 2022년 3만5986MW, 2023년 5만6902MW로 2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최근 위기 국면에서도 EU의 전기요금 상승은 러·우 전쟁 당시보다 제한적이다. 2022년 1메가와트시당 227.1유로까지 치솟았던 EU의 연간 평균 전력 도매 가격은 2026년에는 연초부터 현재(YTD)까지 108.8유로에 머물렀다.
유진투자증권은 EU가 러·우전쟁 이전엔 “러시아로부터 필요 에너지원의 약 30% 이상을 수입해 왔었기 때문에 에너지자립에 대한 필요성이 그만큼 높았다”고 설명했다.
원유·LNG 등 화석연료 순수입국에선 에너지 가격 급등이 환율 상승-물가 상승과 발전비용-국가와 국영전력회사 재무 부담 연쇄 반응을 일으키며 경제에 도미노 타격을 일으켰다.
에너지경제금융분석연구소(IEEFA)의 ‘이란과의 긴장 고조는 아시아의 거시경제 안정을 위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시급함을 보여준다’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한국·필리핀 등 아시아의 석유·가스 순수입국들은 2022년에 러·우 전쟁 발발 후 통화가치(미국 달러 대비)가 하락했다. 이 국가들은 이란 분쟁 발발 후에도 첫 7일 동안 2020년 이후 최대폭의 통화가치 하락 즉 환율 상승을 겪었다.
실제로 미국의 이란 공격 전일인 2월 27일 1달러(USD) 당 1466.5원이던 원화 환율은 일주일 후인 3월 6일 1485원으로 올랐다. 트럼프가 ‘대대적 공격’ 연설을 한 4월 2일(한국시간)에는 장중 한때 1524.1원까지 올랐다. 이날 종가는 1519.7원이었다.
에너지 수입 비용 상승과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에 의존하는 산업, 국영 에너지기업의 재무를 악화한다. IEEFA는 “2022년, 한국의 국영 전력회사(state-owned utility)인 한국전력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최종 소비자 요금이 동결되면서 파산 직전까지 몰렸다”며 “여전히 205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부채와 치솟는 이자 비용, 그리고 향후 연료 가격 급등에 대한 취약성으로 인해 지급 능력 문제가 다시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회사 재무 악화는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IEEFA는 국영 전력회사인 태국전력청(EGAT)을 예로 든다. 2021년부터 태국 규제 당국은 발전 비용보다 낮은 전기 요금을 책정, 가격 인상을 제한했다. EGAT의 부채는 2022년에 43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후에도 소비자 전기요금은 여전히 발전 비용보다 높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EGAT가 요금 억제기에 떠안았던 대규모 적자를 회수하기 위해 비용 하락분을 요금에 바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양광 1기가와트(GW)가 약 4조 원 상당의 LNG 수입 비용을 줄여준다는 분석도 있었다. IEEFA는 “1GW의 태양광 용량이 연간 16만 톤(MTPA)의 LNG 수요를 잠재적으로 대체해 현재 가격(3월 중순) 기준으로 연간 1억2800만 달러, 태양광 발전소의 수명기간 동안 30억 달러(한화 약 4조 원) 이상의 LNG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글로벌 투자 지형은 재생에너지, 에너지 효율화를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되고 있다. IEA에 따르면 2025년 전 세계 청정에너지 투자는 약 2조2000억 달러로, 화석연료 투자(1조 1,000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투자 비중은 재생에너지(35.5%)와 에너지 효율 및 전기화(35%) 투자가 가장 컸고 원자력은 3.4%를 차지했다.
다만, 리팩트 리포트는 유럽과 아시아 각국이 재생에너지 확대와 동시에 미국·노르웨이 등으로 가스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LNG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화석연료 기반의 단기 대응책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을 짚으면서 “중동 위기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한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전영환 리팩트 전문위원회 위원장(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21세기 들어 연료비가 ‘0’원인 재생에너지 기술과 에너지 효율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유럽, 아시아 각국은 지정학적 위기로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던 시기에 더욱 에너지 전환을 가속했다는 게 리팩트 검증 결과 증명됐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 한 방울 안 나오는 한국은 1, 2차 오일쇼크 때 원유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원전, LNG 등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환을 가속했던 역사가 있다”며 “이번 중동 위기 역시 수입 화석연료에 의존해온 우리 경제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을 완전히 탈피하는 ‘에너지 주권’ 확립의 결정적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위원장은 또한 “우크라이나, 이란뿐 아니라 유라시아-중동 에너지밸트 곳곳에서 앞으로도 지정학적 위기는 반복될 것”이라며 “이렇게 지정학적 위기에 취약한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탄소 전원으로 에너지를 전환하는 것만이 국가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 삶의 질을 보호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덧붙였다.
이 리포트에 검토자로 참여한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유럽이 겨울철 난방에 대비해 가스 저장고를 집중적으로 채우는 6~7월경 대량으로 LNG를 사들이면 아시아 시장에서도 물량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이 동반 상승할 것”이라며 “이에 대비해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 가속하도록 정부와 국회가 ‘선거용’ 요금통제를 폐지해 전기·가스 가격을 통한 수요관리 기능을 회복시키고 재정 지원은 취약계층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리팩트는 재생에너지 관련 허위정보뿐 아니라 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주장과 근거를 데이터와 연구 중심으로 검증해 사실 기반 논의를 이끄는 것을 목표로 학계와 산업계 인사 12인으로 구성된 전문위원회와 전문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2025년 12월 출범했다.
[참고자료]
리팩트 리포트 (링크)
리팩트 보고서 중동위기와 재생에너지 시각물 9가지 (링크)
리팩트 소개 자료 (링크)
[수정 이력]
2026년 4월 2일 원/달러 환율의 장중 최고치는 1521원이 아니라 1524.1원이므로 이를 수정합니다.(수정일 4월 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