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터리 붙이면 재생에너지 비싸진다?”…데이터는 달랐다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 발전원간 비용 경쟁력 분석 보고서 발간
2013년 이후 12년 동안 태양광 모듈은 89%, 배터리팩은 87% 가격 하락
재생에너지 변동성 보완하는 4시간 BESS 총설치비는 약 95% 하락
변동성 감안한 VALCOE도 태양광·육상풍력이 신규원전보다 낮아져
한국 태양광 LCOE 1년 새 36% 하락…LBNL “2030년 이후엔 가장 저렴한 발전원 될 수도”
(2026년 9월 4일)
3대 메가 프로젝트 추진으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산업단지의 전력수요 전망이 높아지자 국내 몇몇 언론 보도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배터리 등 유연성 자원 비용을 더하면 가격 경쟁력이 낮아 신규 전원으로 부적합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국제기구와 주요 시장의 최신 비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팩트체크 보고서가 나왔다.
재생에너지 팩트체크 플랫폼 리팩트는 4일 “재생에너지에 배터리를 결합하면 결국 가격 경쟁력이 사라진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라는 내용의 팩트체크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주요 시장별 신규 발전원 비용, 미국의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2026년 미국 신규 발전원·BESS 결합 비용, 한국의 에너지 비용 전망을 다룬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 블룸버그NEF의 시장 데이터를 교차 확인한 결과다.
이 팩트체크 보고서에 따르면 2013년 이후 12년 동안 태양광 모듈은 89%, 배터리팩은 87% 가격이 하락했다. 블룸버그NEF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다.
덕분에 전 세계 태양광 발전비용이 싸졌다. IREN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2010년에 비해 태양광은 408달러에서 44달러로 89% 하락했다.
배터리팩 비용 하락으로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비용도 낮아졌다. IRENA에 따르면 4시간형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 총설치비는 2025년 약 140달러/kWh로, 2010년(2634달러/kWh)보다 약 95% 낮아졌다.
이에 실제 태양광과 BESS를 결합해 연간 전력수요의 95%를 충족하는 비용도 2020년 100달러/MWh 이상에서 2025년 약 54~82달러/MWh로 낮아졌다.
미국, 유럽, 중국, 인도에서는 태양광과 육상풍력이 간헐성 대비 비용을 반영해도 신규원전보다 경쟁력이 높은 상황이 됐다. 특히 유럽, 중국, 인도에서는 가스복합발전이 태양광이나 육상풍력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이 세 지역에서 태양광과 풍력은 기존 화력발전소들보다 비용 경쟁력이 높은 신규 전원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셈이다.
IEA의 ‘세계에너지전망 2025’ 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전원이 전력시스템에 제공하는 에너지·용량·유연성 가치를 반영한 가치조정 균등화발전비용(VALCOE)은 kWh당 태양광이 약 90원, 육상풍력이 62원으로 신규 원전(152원)보다 낮았다. 유럽, 중국, 인도에서도 태양광·육상풍력의 VALCOE는 신규 원전보다 낮았다.(2026년 8월 21일 환율 기준 환산)
그러나 한국은 여전히 태양광이 세계 평균보다 비싼 상황이다. 2025년 준공된 한국 유틸리티급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54달러/MWh로 세계 평균(44달러)보다 10달러 높았다.
다만, 2025년 한국의 태양광 LCOE는 2024년보다 36% 하락해 IRENA가 제시한 세계 15대 태양광 시장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리팩트 보고서는 한국에서도 태양광이 2030~2035년 사이엔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을 소개했다. 2025년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는 한국의 대규모 태양광(100MW) LCOE가 2030년 47~48달러/MWh로 낮아질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계통비용을 반영하면 재생에너지가 다른 발전원보다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보고서는 계통비용을 “모두 재생에너지의 ‘숨은 비용’으로 보고 발전비용에 일률적으로 더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재생에너지 확대에 시스템 투자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력망 비용은 발전원 특성뿐 아니라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의 거리, 기존 송전망 구조, 대규모 신규 수요 입지 등 전력시스템 전체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는 이유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전력은 2024~2038년 송·변전망에 72조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으로, 이는 종전 계획보다 16조3000억 원(28.8%)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는 호남 재생에너지 송전망뿐 아니라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공급망도 포함돼, 전력망 투자 확대가 재생에너지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수도권은 전국 전력수요의 40% 이상을 차지하지만 발전설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해 상당량의 전력을 비수도권에서 끌어와야 하기 때문에 화력발전소들도 계통비용이 든다”며 “수도권 집중에 따른 계통비용을 재생에너지의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역별 전기요금과 시간대별 요금제, 산업수요의 지역 분산 등 수요 측 유연성을 높이는 정책이 함께 추진되면 계통 병목을 줄이고 국내 재생에너지의 비용 경쟁력을 개선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참고자료]
리팩트 보고서 재생에너지 배터리 경제성 시각물 7가지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