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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에너지, 배터리 붙이면 결국 비싸다?…대체로 사실 아님


[리팩트 보고서] 

[검증 이유] 

한국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 발표로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산업단지의 전력수요가 늘면서 신규 전원을 무엇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논쟁도 커지고 있다.

8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주최로 열린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제6차 공개토론회에서 2040년까지 재생에너지가 총 236기가와트(GW)가 보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규 주력전원으로 떠오른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과제들이 논의됐다. 

그러나 재생에너지가 신규 전력수요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지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배터리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붙이면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반도체 공장에 24시간 전력을 공급하려면 천문학적인 재원이 든다’, ‘태양광 전기는 발전·저장·백업·송전망까지 이중·삼중의 비용이 든다’는 주장을 제기한다. 

이 논쟁은 단순히 어떤 발전원을 선호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선택은 앞으로 수십 년간 발전설비와 전력망 투자, 전력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 경로를 좌우한다.

재생에너지에 배터리를 결합하면 정말 비용이 급증해 가격 경쟁력을 잃을까. 국제기구와 국가별 데이터를 토대로 검증했다.

[검증 방법]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 보고서,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주요 시장별 신규 발전원 비용, 미국의 투자은행 라자드(Lazard)의 2026년 미국 신규 발전원·BESS 결합 비용, 한국의 에너지 비용 전망을 다룬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를 교차 확인했다. 

이 보고서에서 ‘경제성’은 태양광·풍력, 원전, 가스발전 등 신규 발전원의 생애주기 발전비용(LCOE)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4시간 배터리에너지 저장장치(BESS)를 결합했을 때의 비용 경쟁력으로 판단했다.

[검증 내용]

IRENA에 따르면 2025년 새로 가동된 대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의 90% 이상은 같은 지역에서 가장 저렴한 신규 화석연료 발전보다 낮은 비용으로 전력을 생산했다.

발전원별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은 육상풍력이 33달러/메가와트시(MWh)로 가장 낮았고, 태양광이 44달러/MWh로 뒤를 이었다. 1MWh당 수력은 62달러, 해상풍력은 78달러, 바이오에너지는 86달러, 지열은 89달러였다.

2010년부터 2025년까지 신규 태양광·풍력의 발전 비용은 크게 낮아졌다. 지난 15년간 세계 평균 발전비용은 태양광이 408달러/MWh에서 44달러로, 육상풍력이 114달러에서 33달러로 낮아졌다. 해상풍력도 208달러에서 78달러로 63% 하락했다. 태양광 발전비용은 15년 만에 약 10분의 1로 떨어진 셈이다.

IEA의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 2025)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미국·EU·중국·인도에서 유틸리티급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30~55달러/MWh, 육상풍력은 40~60달러/MWh였다. 신규 원전은 70~165달러/MWh였다. 네 시장 모두에서 태양광과 육상풍력의 발전비용이 신규 원전보다 낮았다. 미국에서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신규 원전의 절반이었고, EU에서는 약 30% 수준이었다.

가스복합발전의 발전비용은 EU가 200달러/MWh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은 중국(100달러/MWh), 인도(90달러/MWh), 미국(50달러/MWh) 순이었다. 태양광과 육상풍력을 비교하면, 미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는 모두 가스복합발전보다 발전비용이 더 낮았다.

한국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세계 평균보다 높다. 2025년 준공된 한국 유틸리티급 태양광의 발전비용은 54달러/MWh로, 세계 평균(44달러/MWh)보다는 높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은 OECD 회원국 중 인구밀도가 가장 높아 대규모 부지 확보에 제약이 크다. 또한 정부가 태양광에 적합한 부지를 미리 선정하고 인허가·계통연계를 조정하는 전국 단위의 계획입지 제도가 도입 초기에 마련되지 않아, 산지태양광 등 개별·소규모 사업 중심의 개발이 이어졌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사업 형태와 함께 토지비, 금리, 인건비, 인허가 지연 등이 비용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2025년 기준 한국의 태양광 LCOE는 전년보다 36% 하락해 IRENA가 제시한 세계 15대 태양광 시장 가운데 가장 큰 하락 폭을 기록했다. IRENA는 총 설치비(TIC)와 가중평균자본비용(WACC)이 함께 낮아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한국 발전원의 비용을 별도로 분석한 2025년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 연구는 대규모 태양광(100MW) LCOE가 2030년 47~48달러/MWh로 낮아지면서 2030~2035년 사이엔 국내에서 가장 저렴한 발전원이 될 가능성을 제기했다. 다만 이는 전망치이므로 실제 비용은 금리, 입지, 인허가, 사업 규모와 계통연계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배터리 에너지 저장 장치(BESS)는 전력이 남을 때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다시 공급하는 설비다. 태양광·풍력과 결합하면 발전량이 많은 시간의 전력을 다른 시간대로 옮기고 출력 변동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IRENA에 따르면 현재 유틸리티급 시장의 대표적 구성인 4시간형 BESS의 총설치비는 2025년 약 140달러/kWh였다. 전년보다 약 30%, 2010년(2634달러/kWh)보다 약 95% 낮은 수준이다. 중국에서는 70달러/kWh 아래까지 내려갔다.

실제 태양광과 BESS를 결합한 설비의 경제성도 개선됐다. IRENA 분석에 따르면, 일사량이 우수한 지역에서 추가 태양광 설비와 4시간형 BESS를 결합해 연간 수요의 95%를 충족하는 비용은 2020년 100달러/MWh 이상에서 2025년 약 54~82달러/MWh로 낮아졌다. 다만 태양광으로 메울 수 없는 나머지 수요와 장기간 발전량이 부족한 시기에는 전력망, 다른 발전원, 장주기 저장장치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비용 하락이 ‘4시간형 BESS만으로 24시간 전력 공급 문제가 해결됐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낮에 생산한 전력을 수요가 높은 시간대로 옮기고 출력 변동을 완화하는 등 재생에너지의 일중 변동성을 보완하는 비용이 크게 낮아졌음을 보여준다. 

배터리와 태양광 핵심 장비 가격의 장기 추세도 같은 방향을 보였다. BloombergNEF에 따르면 2013~2025년 태양광 모듈 가격은 0.8달러/W에서 0.088달러/W로 약 89%, 리튬이온 배터리팩 평균가격은 827달러/kWh에서 108달러/kWh로 약 87% 하락했다. 두 핵심 장비 가격이 12년 만에 10분의 1 안팎으로 낮아진 셈이다.

즉, 과거의 배터리 가격을 전제로 재생에너지와 저장장치의 결합에 무조건 막대한 비용이 든다고 산정하기 어렵다. 

글로벌 투자은행 라자드(Lazard)가 발표한 2026년 미국 신규 발전소 비용을 비교한 결과에 따르면, 정부 보조금을 제외한 태양광·4시간 BESS의 발전비용은 61~156달러/MWh, 육상풍력·BESS는 49~140달러/MWh였다. 가스복합발전은 51~129달러/MWh, 전력수요가 급증할 때 단시간 가동하는 가스 피커는 144~276달러/MWh였다.  

비용 구간의 중간값은 태양광·BESS가 109달러/MWh, 풍력·BESS가 95달러/MWh로 가스복합발전의 90달러/MWh보다 높았다. 다만 비용 범위가 상당 부분 겹쳤고, 두 재생에너지 결합설비의 비용은 가스 피커보다 대체로 낮았다.

단, 한국에 이 수치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라자드의 분석은 상대적으로 값싼 미국 천연가스를 전제로 한다. 반면 에너지경제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가스발전은 수입 LNG에 의존해 국제 LNG 가격과 원·달러 환율, 해상운임, 지정학적 충격 등에 따른 발전비용의 변동성이 크다. 따라서 국제 LNG 가격이 급등하거나 환율이 상승하는 시기에는 한국의 실제 가스발전비용이 라자드가 제시한 범위를 벗어날 수 있다. 

즉, 태양광·풍력에 BESS를 결합하면 발전비용이 상승하지만, 가스발전보다 반드시 비싸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발전원의 경제성은 발전소 자체의 균등화발전비용(LCOE)만으로 모두 평가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전력시스템 기여를 반영하는 여러 보완 지표가 논의되고 있다. 

대표적인 지표가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가 사용한 ‘안정공급 균등화발전비용(Firm LCOE ·F-LCOE)’이다. 이 지표는 재생에너지 기본설비에 에너지저장장치(BESS)와 추가 설비 등을 결합해 1년 내내 수요의 90~95% 수준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지를 산정한다. 한국의 12차 전기본 ‘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에 따르면 F-LCOE 역시 재생에너지 자원 여건이 우수한 주요국들을 중심으로 지속 하락하고 있으며 기저부하에 필적하는 가격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다. 

반면, 계통 안정화 비용이나 접속 비용 등 시스템 차원의 영향을 평가하는 지표는 아직 산정 기준이 표준화되지 않아 연구마다 편차가 크다. 이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발전단 비용에 시장 가치와 유연성 가치를 반영해 조정한 ‘가치조정 균등화발전비용(VALCOE)’을 활용해 서로 다른 발전원의 시스템 경쟁력을 비교한다. VALCOE는 국가별 계통 여건에 따라 차이를 보이는데 일반적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확대될수록 재생에너지의 VALCOE는 상승하는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IEA의 ‘세계에너지전망 2025’에 따르면, 이러한 시스템 가치를 반영한 뒤에도 글로벌 주요 시장에서 태양광과 육상풍력의 비용 경쟁력은 견고하게 유지됐다. 유럽의 경우 태양광 LCOE는 약 69원/kWh에서 가치조정 후 VALCOE가 약 83원으로, 육상풍력은 83원에서 97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반면 신규 원전의 VALCOE는 약 222원, 가스복합발전은 약 201원으로 재생에너지를 크게 웃돌았다. 미국 역시 태양광(약 90원)과 육상풍력(약 62원)의 VALCOE가 신규 원전(약 152원)보다 확연히 낮았으며, 중국과 인도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확인됐다. (2026년 8월 21일 환율 기준 환산)

재생에너지의 발전비용이 싸졌어도 전력망 비용까지 따져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일리가 있다. 발전소 단위의 LCOE에는 송·배전망 보강과 계통 혼잡, 예비력, 균형유지 비용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지고,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이 멀리 떨어진 경우도 많다. 보급이 늘수록 송전망과 저장장치, 수요반응 등 유연성 자원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전력망 비용을 모두 재생에너지 때문에 발생한 비용으로 볼 수는 없다. 전력망 투자는 발전원의 특성뿐 아니라 발전지역과 소비지역의 거리, 기존 송전망 구조, 대규모 신규 수요의 입지 등 전력시스템 전체의 조건에 따라 결정된다.

한국은 특히 전력수요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반면, 대규모 발전설비와 재생에너지 자원은 비수도권에 많이 위치한다. 전력거래소의 2024년도 전력계통 운영실적에 따르면 수도권은 전국 전력수요의 41.1%를 차지했지만 수도권 내 발전 공급능력 비중은 30.3%에 그쳤다. 부족한 전력 가운데 약 12.4GW를 비수도권에서 공급받았다. 이런 ‘비수도권 발전-수도권 소비’ 구조 자체가 장거리 송전과 수도권 송전망 병목을 키우는 요인이다. 

송전망 부족은 재생에너지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원전도 대규모 송전망이 필요하다. 원전은 일반적으로 주요 전력수요지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건설되며, 전용 대용량 송전선로가 필요하다. 동해안의 GS동해전력·강릉에코파워·삼척블루파워 등 석탄발전소 3사 또한 전기를 보낼 송전망 부족으로 가동률이 30%에 불과한 상황이다.

주민 수용성 역시 재생에너지와 원전 등 발전원을 가리지 않는 과제다. 대규모 발전소와 신규 송전선로 건설은 모두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힐 수 있다. 

한국의 전력망 투자 확대도 재생에너지 증가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한국전력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송·변전망에 72조8000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종전 계획보다 16조3000억 원, 28.8% 늘어난 규모다. 여기에는 호남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뿐 아니라 10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 용인 반도체클러스터의 공급망도 포함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대규모 전력수요 증가, 기존 발전설비의 계통 접속 문제 등이 동시에 전력망 투자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IEA도 전력망 비용은 발전소 입지와 전원 구성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종합적인 전력시스템 분석을 통해 산정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전력망 투자비를 모두 재생에너지의 ‘숨은 비용’으로 간주하거나, 재생에너지 발전비용에 일률적으로 귀속시키기는 어렵다. 

–  국제기구 데이터 분석 결과, 태양광과 육상풍력 등 주요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비용은 원전·화석연료 발전보다 낮거나 가장 낮은 수준인 경우가 많았다. 

– 태양광의 낮 시간대 발전 변동성을 보완하는 4시간 BESS 설치비도 장기적으로 크게 하락했다. 

– 미국에서는 재생에너지에 배터리 저장장치(BESS)를 결합한 발전비용도 신규 가스복합발전과 경쟁 가능한 수준으로 분석된다.

– 따라서 “재생에너지에 배터리를 붙이면 결국 비싸져 가격 경쟁력을 잃는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근거 자료]

  • 작성 : 김경하 리팩트 에디터
  • 교차검증 : 이경숙 리팩트 총괄
  • 검토 :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
  • 이 보고서는 리팩트 팩트체크 준칙에 따라 작성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