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 Unsplash
[리팩트 보고서]
– 일부 언론과 전문가들이 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하면 정전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 OECD 주요 회원국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확대국 53%에서 정전시간이 감소했다.
– 전 세계 대정전 20건 분석 결과, 정전의 가장 큰 원인은 노후 장비와 같은 인프라 결함이었다.
– 전기 수요 급증에 비해 뒤쳐져 있던 인프라 투자가 정전 등 전력망 불안정 우려를 높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발전 부문 투자 자금이 전력망 투자로 이동하고 있다.
– 실증 데이터와 연구분석 종합 결과,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정전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검증 이유]
2026년 5월 19일, 정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기가(GW)를 보급하고 2035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담은 제1차 재생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이 발표를 전후해 일부 언론에서는 재생에너지를 급속히 확대하면 정전 위험이 커진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태양광과 풍력처럼 날씨에 따라 출력이 바뀌는 전원은 일시적 전력 공급 과잉으로 전력망 과부하 혹은 불안정을 일으켜 정전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이러한 주장의 근거로는 2025년 4월 28일 이베리아반도(스페인 및 포르투갈)에서 발생한 광역 대정전, 소위 ‘스페인 정전’ 사태가 주로 거론됐다.
[검증 방법]
이 주장이 실제 데이터와 주요 대정전 원인 분석에 부합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리팩트는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의 국가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통계와 세계은행의 계통평균 정전지속시간 지수(System Average Interruption Duration Index, SAIDI)를 비교했다. 분석 대상은 두 지표를 함께 확인할 수 있는 OECD 회원국이며, 분석 기간은 동일한 비교가 가능한 2015~2019년으로 잡았다.
대정전 원인 분석에는 국제 연구그룹 제로 카본 애널리틱스(ZCA)의 2005년 이후 대규모 정전 20건 분석 브리핑과 유럽 송전계통운영자 네트워크(ENTSO-E)의 2025년 4월 28일 이베리아반도 대정전 최종보고서를 참고했다.
[검증 내용]
1. 재생에너지 확대국가 53%에서 정전시간이 줄었다.
리팩트가 2015~2019년 OECD 36개국을 분석한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정전시간 증가로 이어진다는 일관된 흐름은 확인되지 않았다.
재생에너지 확대 32개국 가운데 영국, 일본, 프랑스, 헝가리, 에스토니아 등 17개국(53.1%)에선 정전시간이 감소했다. 이들 국가에서는 정전 측면의 전력 공급 안정성이 개선된 것이다.
특히 정전시간 감소폭이 큰 국가들에서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줄지 않고 늘었다. 슬로베니아는 OECD 국가 중 정전시간 감소폭이 가장 컸는데, 분석 기간 동안 정전시간이 8.85시간 줄어드는 사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46%p 증가했다. 이스라엘 역시 정전시간이 1.53시간 감소했고, 같은 기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2.65%p 늘었다.

재생에너지 확대국 가운데 정전시간이 늘어난 국가도 있었다. 미국, 아일랜드, 네덜란드, 뉴질랜드, 스페인 등 13개국(40.6%)이다. 정전시간이 가장 크게 늘어난 튀르키예(31.1시간)의 경우엔 재생에너지 비중이 11.56%p 늘었다.
한국, 독일 등 2개국(6.2%)은 재생에너지를 각각 2.75%p, 10.48%p 늘렸지만 정전시간엔 변화가 없었다.
재생에너지를 20%p 이상 급격히 늘린 나라들은 어땠을까. 재생에너지 확대 폭이 큰 국가에서도 정전시간이 더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 5년 동안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8.15%p 늘린 리투아니아에선 정전시간이 0.01시간 즉 36초 늘어나는 데에 그쳤다. 재생에너지를 26.18%p 늘린 룩셈부르크에선 정전시간이 0.19시간(약 11분) 늘었다.
1%p 미만으로 완만하게 늘린 나라들에서도 재생에너지 확대와 정전시간 사이에 큰 관계가 발견되지 않았다. 정전시간은 이탈리아처럼 늘기도 하고 노르웨이처럼 줄기도 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 비중이 줄어든 국가에서도 정전시간 변화는 엇갈렸다. 스위스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3.26%p 줄었지만 정전시간은 0.06시간 증가했다. 스웨덴과 라트비아는 재생에너지 비중이 각각 4.49%p, 0.6%p 줄어든 기간에 정전시간도 각각 1.3시간(약 1시간 18분), 1.56시간(1시간 33분)으로 함께 감소했다.
2. 전력망 과부하보다 인프라 결함이 대정전의 더 큰 원인이다.
대정전(Blackout)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노후 장비, 송전선로 고장 등 전력 인프라 결함이 지목됐다.
ZCA가 2005년부터 2025년까지 전 세계 대정전 20건을 분석한 결과, 스페인 정전을 포함해 11건에서 인프라 결함이 보고됐다. 작동 실수 등 인적 오류(6건), 폭염과 혹한 같은 극한기상현상이나 지진 등 자연재해(5건), 유지 보수 및 업그레이드에 대한 과소 투자(4건)도 주요 원인이었다.
전력망 과부하 및 불안정으로 인한 대정전은 3건이었다. 2018년 일본 홋카이도, 2019년 영국, 2025년 이베리아 반도에서 대정전을 일으킨 요인 중 하나였다.
ZCA는 브리핑에서 “정전은 일반적으로 단일 이벤트가 아니라 서로 관련된 여러 조합들에 의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 풍력 등) 가변 재생에너지는 종종 최근 이베리아 반도 사건과 관련해 정전 원인으로 잘못 비난 받았다”며 “그러나 대정전은 네트워크 인프라의 실패에 의해 압도적으로 주도된다”고 분석했다.

2025년 4월 이베리아반도에서 발생한 대정전, 이른바 ‘스페인 정전’도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과잉 생산해 전력망이 단순히 과부하된 사건으로 보기 어렵다. 2026년 3월 발표된 ENTSO-E의 ‘2025년 4월 28일 대정전 최종 보고서’에 따르면, 가장 큰 원이었던 ‘전압 상승’만 해도 ‘무효전력 전달 미달’ 등을 비롯해 14가지 요인이 맞물린 결과였다.
스페인 정전 원인과 관련해 가디언, 로이터 등 해외 매체들은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 종류 자체보다는 전압 제어·계통 규정·보호 설정·운영 구조 문제를 주로 짚었다. 특히 로이터는 정전 이전부터 스페인 전력 계통에서 전압 변동이 수개월간 반복됐으며, 알려진 구조적 취약성에 충분히 대응하지 못한 점이 사고 배경으로 지목됐다고 보도했다.
정전 이후 스페인 정부와 전력계통 운영기관의 대응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늦추는 대신, 이를 전력망에 더 안정적으로 통합하는 방향에 맞춰졌다. 재생에너지 발전소에도 기존 화력발전소가 주로 제공하던 동적 전압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규정을 바꿨고, 2026년 5월 기준 약 6GW 규모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압 제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력망 혼잡 관리와 출력제어 개선, 기존 재생에너지 설비와 연계한 배터리 저장장치 설치 절차 간소화도 함께 추진됐다.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도 둔화되지 않았다. 스페인은 2025년 4월 이후 매월 평균 1.3GW의 풍력 및 태양광 발전 설비가 추가되었으며, 이는 전년도 평균 1.2GW 대비 증가한 수치다.
3. 전력망 투자가 전력 수요 증가, 재생에너지 확대 속도를 따라잡지 못했다.
전력망 불안정 우려를 높이는 건 재생에너지 확대보다는 전력망에 대한 투자 부족이다. 전 세계적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탓이다.
ZCA는 “전력망 투자가 2021년 이후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기 수요 급증에 비해선 뒤쳐져 있다”며 재생에너지 투자가 2015 년 이후 두 배 이상 증가한 것과 비교해도 전력망 투자는 같은 기간 동안 24%만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전력망에 대한 과소 투자는 정전 등 전력망 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높인다. 대정전이 일어난 이베리아 반도의 경우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전력망 관련 자본 지출이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ZCA가 블룸버그NEF 데이터에 근거해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베리아 반도의 전력망 관련 자본 지출은 1메가와트시(mwh) 당 15.1달러(USD)로 영국이 25.5달러, 독일과 이탈리아 등 다른 유럽 국가가 20~23달러를 지출하는 데에 비해 현저히 적었다.

4. 전력망 투자 비중은 전체 전력 부문 투자의 30%로 늘었다.
2025년 들어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투자가 전년보다 1.1% 감소했는데도 전력망 투자는 11.2% 증가한 것이다. 이는 발전설비 확대에 이어 이를 계통에 연결하고 수요지로 보내는 인프라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이유는 재생에너지 확대 때문만이 아니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 전기차 충전시설, 산업 전기화로 대규모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전력망 투자는 신규 송·배전망 건설뿐 아니라 노후 설비 교체, 계통을 실시간으로 감시·제어하는 디지털화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이뤄졌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2024~2050년 전력망 투자 요인 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확충이 35%로 가장 크고, 노후 설비 교체도 30%에 이를 것으로 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신규 전력망 건설을 가속하는 동시에, 기존 전력망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해 단기간에 추가 접속 용량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한다.

5. 신규 발전 설비 85.6%가 재생에너지다.
세계 전력 투자의 중심은 이미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 2025년 신규 발전설비의 85.6%는 재생에너지였다. 새 발전소 투자와 설치의 중심축이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2025년 새로 설치된 태양광과 풍력 발전설비는 약 670GW로 재생에너지 증가분 가운데 약 4분의 3을 차지했다. 태양광은 약 511GW, 풍력은 약 159GW가 추가돼 각각 역대 최대 신규 설치 기록을 경신했다. 이는 2024년의 약 573GW보다 16.9% 증가한 규모다.
전력 산업에서 재생에너지는 더 이상 보조적 전원이 아니라 신규 설비의 주류가 됐다. 이에 2025년 전 세계 누적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용량은 5129GW로 늘었고, 전체 발전설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도 49.4%까지 올라갔다.
IEA는 2040년까지 전 세계에서 8000만km 이상의 전력망을 새로 만들거나 교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재생에너지 설비를 많이 설치하더라도 전력망이 따라가지 못하면 접속 지연, 출력제어, 전력망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 재생에너지 확대의 다음 과제는 ‘얼마나 많이 설치하느냐’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계통에 흡수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검증 결과]
– 실증 데이터 분석 결과,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확대가 정전시간 증가로 이어진다는 일관된 연관성은 발견되지 않았다.
– 대규모 정전의 핵심 원인은 발전원의 종류보다는 인프라 결함과 전력망 투자 부족, 인적 오류인 것으로 나타났다.
– 2025년 발생한 이베리아반도 대정전(스페인 정전)의 근본적 원인은 오랫동안 개선되지 않고 방치된 전압 제어, 운영구조 등 구조적 취약성과 인프라 실패에 있었다.
–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면 정전이 늘어난다”는 주장은 대체로 사실이 아니다.
[근거 자료]
- ENTSO-E(2026), The final report of the Expert Panel on the 28 April 2025 blackout
- Zero Carbon Analytics(2025), Power grid issues are the leading cause of blackouts, Zero Carbon Analytics
- IEA(2026), World Energy Investment 2026
- IRENA(2026), Renewable capacity statistics 2026
- IRENA(2026), IRENASTAT Online Data Query Tool
- 기후에너지환경부, “2030년 재생에너지 100GW 보급 조기 달성…세계 10대 강국 도약,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2026년 5월 19일
- 전지성, “재생에너지 100GW 물리적 한계…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3기 이상·SMR 2기 반영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2026년 6월 16일
- 강희종, 태양광에 편중된 재생에너지 목표…”대정전 위험 커진다”, 아시아경제 , 2026년 6월 15일
- 이덕환, 석유 포기 어렵고 재생에너지 만능 아니다, 동아사이언스, 2026년 5월 20일
- Helena Horton, What caused the blackout in Spain and Portugal and did renewable energy play a part?, theguardian, 2025년 4월 29일
- Nina Chestney, What caused the power outage in Spain and Portugal?, Reuters, 2025년 4월 30일
- Emma Pinedo and Pietro Lombardi, “Spain’s Senate blackout probe blames grid operator, government, watchdog”, Reuters, 2026년 4월 15일
- 윤대원, 스페인 대정전의 경고(상) 한국 재생에너지 속도조절 필요한 이유는?, 전기신문, 2026년 4월 1일
- 권다희, ‘스페인 대정전’ 진짜 원인은..”재생에너지 탓 아니다”, 머니투데이, 2026년 3월 28일
- Guy Hedgecoe, ‘Multiple factors’ caused 2025 Spain and Portugal blackout, says report, BBC News, 2026년 3월 20일
- 전준범, 107일간의 태양광 공급 과잉 대응… 봄철 전력망 시험대, 조선일보, 2026년 2월 27일
- 김형욱, 늘어나는 태양광 시설, 전력 공급 과잉 땐 대정전 날수도…통제책 시급, 이데일리, 2026년 2월 9일
- 작성 : 이경숙 리팩트 총괄, 김경하 리팩트 에디터(원본 링크)
- 검토 :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 황민수 한국에너지기술연구조합 연구위원
- 이 보고서는 리팩트 팩트체크 준칙에 따라 작성했습니다.